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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

공백

지난 1년 반의 공부가 내게 남긴 것은 공백이었다.

24시간이 길다는 것을 느낄 때 더 쉽게 자아를 찾아갈 수 있듯이,

지금 나는 자아와 멀어졌다는 공백을 느낀다.
국어 공부를 하며 남의 생각을 정리하고 외우는 데에 집중하고 수학 공부를 하며 다른 사람이 만든 문제에서 해매는 데에만 익숙해졌다.

—첨부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여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死滅)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나의 아라비아 사막은 어디일까, 내게 생긴 공백에 다시 나를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유튜브에 좋아요를 눌렀던 영상에 찾아가고, 옛날에 썼던 내 코드를 읽어보고 있다.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다시 들어본다.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이 공백에 좋은 책들을 넣고 싶다.
좋은 문장들을 넣고 싶다.
좋은 생각들을 넣고 싶다.
스티브 잡스를 넣고 싶다.
마크 저커버그를 넣고 싶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게임 만드는 것 자체가 행복했던 ‘나’를 되찾아 넣고 싶다.


지금의 이 공백이 대학을 거쳐 더 크고 멋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했던 지우개질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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